미란다 프리슬리 캐릭터 분석 안나 윈투어가 아니라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미란다 프리슬리 캐릭터 분석 안나 윈투어가 아니라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여기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란다 프린슬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미란다 프리슬리입니다. 한마디 말과 표정만으로 사무실 전체를 얼어붙게 만드는 그녀는 영화 사상 가장 인상적인 보스 캐릭터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전에 정리한 줄거리와 결말 해석에 이어서 ], 오늘은 이 캐릭터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안나 윈투어와 메릴 스트립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사실은 미란다가 보그 미국판 편집장 안나 윈투어를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원작 소설을 쓴 로렌 와이스버거가 실제로 안나 윈투어의 비서로 일했던 경력이 있고, 소설의 디테일들이 윈투어의 사무실 풍경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런 추측은 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 개봉 당시 윈투어 본인도 처음에는 작품에 관여하는 업계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관계를 끊을 각오를 하라며 엄포를 놓았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였죠.

그런데 외신에 따르면 흥미로운 반전이 있습니다. 메릴 스트립이 한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직접 밝힌 사실인데요, 사람들은 자신이 안나 윈투어를 흉내 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캐릭터 연기의 모델로 삼은 인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고 고백한 것이죠. 메릴 스트립은 미란다라는 인물이 가진 권위적인 침묵과 작은 동작만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는 방식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큰 소리로 화내지 않아도 모두를 긴장하게 만드는 그 차분한 권력의 표현 방식이 바로 그 영향이라는 거죠.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다시 보면 미란다의 모든 행동이 새롭게 보입니다. 화를 내지 않고도 사람을 무너뜨리는 한 줄짜리 평가, 눈빛 한 번으로 사무실 전체를 정리하는 능력, 결정을 내릴 때의 그 짧은 침묵까지. 이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서부극 캐릭터에서 온 권위라고 생각하면 묘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개봉한 이후 안나 윈투어 본인의 입장 변화입니다. 처음에는 영화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정작 시사회에 직접 프라다를 입고 등장하는 배포를 보였고 영화를 본 후에는 미란다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윈투어 본인이 인정하는 부분은 이 영화 덕분에 자신의 대중적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다는 것이죠. 그 전까지는 패션 업계 종사자들과 패션 팬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영화 이후 일반 대중에게도 보그 편집장이라는 이름이 각인되었습니다.

미란다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 또 다른 결정적 장면은 호텔방 장면입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가운을 입고 앉아 있는 미란다가 자신의 두 번째 결혼이 끝났다는 사실을 앤드리아에게 털어놓는 장면이죠. 이때 그녀는 처음으로 인간으로서의 무너짐을 보입니다. 신문에 자신의 이혼이 어떻게 다뤄질지, 그리고 무엇보다 쌍둥이 딸들이 받을 상처를 걱정하는 어머니로서의 모습. 이 한 장면 덕분에 미란다는 단순한 악역에서 입체적인 인간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거리에서 앤드리아를 마주친 미란다가 차에 타고서야 짓는 미세한 미소도 캐릭터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미소를 후배에 대한 인정으로 읽고, 어떤 분들은 자신의 길을 거부한 사람에 대한 복잡한 감정으로 봅니다. 이 두 해석 사이의 긴장이 바로 미란다라는 캐릭터의 매력이죠.

이런 강렬한 캐릭터가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는 사실,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케네스 브래너가 미란다의 남편 역으로 합류한다는 점에서 속편에서는 미란다의 사적인 영역이 더 깊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자세한 속편 정보는 따로 정리한 글에서 확인해보세요

미란다가 했던 명대사들도 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셀룰리안 블루 연설, that’s all 한 마디로 끝나는 해고 통보, 모두가 너처럼 되고 싶어한다는 그 한 줄까지. 명대사를 따로 모은 글이 있으니 함께 읽어보시면 미란다라는 인물이 더 입체적으로 보일 거예요